
코로나 19 이후 고용사정이 크게 나빠지면서 구직급여 재원이 되는 고용보험기금이 빠르게 소모되고 있다. 구직급여를 받는 사람은 늘고 있지만 고용보험료를 내는 취업자는 늘지 않아 고용보험기금이 고갈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 안팎에서는 2년 만에 다시 고용보험료를 올리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12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이달 구직급여 지급액은 5개월 만에 다시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구직급여 지급액은 지난해 5월 처음 1조원을 넘어선 뒤 5개월 연속 1조원을 기록했다. 이후 코로나19의 2차 유행이 소강상태를 보이고 고용지표가 상대적으로 호전되면서 구직급여 지급액도 9000억원대를 유지했지만 다시 1조원대로 점쳐지고 있다.
구직급여 지급액이 다시 급격히 증가하는 것은 고용상황 악화로 구직급여 신청자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고용부가 발표한 1월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구직급여를 받기 위해 새로 신청한 사람은 21만2000명에 이르렀다. 구직급여 신규 신청자가 20만 명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제는 실업급여 재원이 되는 고용보험기금에 보험료를 내는 고용보험 가입자 수가 증가폭이 크게 줄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1383만5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만1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 같은 증가폭은 2004년 2월 13만8000명 증가에 이어 가장 적은 증가폭이다. 산업구조의 발달과 함께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증가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고용사정이 크게 악화되면서 지난달 기준 고용보험 가입자 수 증가폭은 17년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고용보험료를 내는 사람은 늘어나지 않는데도 구직급여를 받아야 하는 사람이 급증하고 있는 현상은 고용보험기금의 고갈에 대한 우려로 이어졌다. 실제로 고용보험기금은 현 정부 출범 이듬해인 2018년 적자전환했고 적자폭도 2018년 8082억원에서 2019년 2조877억원으로 계속 커졌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인해 9월 기준 최대 7조465억원의 적자를 예상한다는 국회 예산정책처 보고서도 나왔다. 특히 정부는 특수형태 근로종사자, 자영업자 등을 모두 고용보험 수혜자로 편입하려는 전국민 고용보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 안팎에서는 고용보험료 인상안이 급부상하게 됐다. 고용보험료는 현재 사업자와 근로자가 0.8%씩 내고 있다. 당초 0.65%씩 내놓던 것을 2019년 10월 현재 요율로 인상했다. 올해 보험료가 오르자 2년 만의 인상이다.
실제로 박화진 고용부 차관은 3일 2021년 업무보고 사전 브리핑에서 “고용보험 기금 고갈 방지와 고용보험 사업의 안정적 수행을 위한 재정 건전화 방안을 올해 상반기 중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보험료율 인상을 통해 재정 건전화하겠다는 취지였다.
다만 고용보험료의 즉각적인 인상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직장인들에게는 준조세 성격의 고용보험료를 당장 인상할 경우 저항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고용부도 박 차관의 업무보고 브리핑 당시 발언이 기사화되자 앞으로 관계부처 협의, 노사와 사회적 논의를 거쳐 재정건전화 방안을 마련한다는 취지로 구체적인 논의 일정과 세부 방안 등은 전혀 잡히지 않았다고 진화에 나섰다.
[조성호 기자]
